이토록 넓은 시간의 축을 다룬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방대했으나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새로운 영감을 많이 준 책이다. 저자의 식견과 이를 흥미진진하게 전달하는 능력에 깊은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저자의 10주년 서문을 다시 한 번 봤는데, 그 이유는 chatGPT로 시작된 제 2의 인공지능 붐 때문이다. 저자는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류가 처음으로 도구에 지배당할 수 있다 우려했고, 이는 최근에 구글을 나온 Geoffery Hinton과 어느정도 결을 같이 한다.
인류가 수행하는 여러 task들 중, 인공지능이 수행하는 범주와 level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는 부분에는 이견이 없고, 특히 개인적인 관심사이기도 한 예술 영역의 창조, 창의적인 능력은 경이로운 수준이여서 나 역시도 우리가 언젠가 인공지능이 만든 세상에 지배당하고, 네안데르탈인이 그랬던 것처럼 종말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해 본다.
다만, 인공지능이 목표를 설계할 수 있는가, 주어진 일이 아닌 목표를 설계하고 이를 계속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가. 또한 과연 인공지능은 과학의 기본인 ‘무지’에서 출발할 수 있는가? (예: 인공지능에게 문제를 내면 어떻게든 답변 한다, 절대 모른다고 하지 않는다. 모른다고 답변이 나오는것은 확률값이 일부 threshold 이하일때 모른다고 답변하라 coding 되어 있는 것 뿐) 에는 여전히, 단호하게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자아와 목표를 가지고, 사피엔스를 지배하는 날은 아직은 오래 걸릴 것이고, 무언가 새로운 차원의 기술발전이 있어야 한다. 지금의 기술을 훨씬 뛰어넘는.
다음은 인상적이었던 부분들
- 하지만 인공지능은 다르다. 역사상 처음으로 힘의 중심이 인류의 손아귀에서 벗어날지도 모른다. 인류가 이전의 도구들을 통해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도구에게 스스로의 용도를 결정할 능력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결정권은 언제나 인류의 특권이었다.
- 호모 사피엔스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호모 사피엔스를 ‘이야기하는 동물 storyteller animal’로 보는 것이라는 점이다.
- 인간은 다른 어떤 동물보다 더 많은 사실을 알지만 또한 더 많은 허구를 믿는다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것은 인간의 마음과 그 마음이 만들어내서 믿고 있는 환상이다
- 나 같은 역사가의 임무는 과거를 기억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사람들을 과거로부터 해방시키는 데 있다. 우리가 믿는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배우게 될 때, 그 이야기들을 바꿀 방법도 알게 된다.
- ‘우리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어떻게 해서 이처럼 막대한 힘을 얻게 되었는가’
- ‘교배이론’이 맞다면, 아프리카인, 유럽인, 아시아인 사이에는 수십만년의 연원을 둔 유전적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이 문제는 정치적 화약고로서, 폭발력을 지닌 인종이론의 재료가 될 수 있다.
- 전설, 신화, 신, 종교는 인지혁명과 함께 처음 등장했다.
- 하지만 허구 덕분에 우리는 단순한 상상을 넘어서 집단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 우리가 아는 한, 사회 패턴의 변화, 새로운 기술의 발명, 새로운 주거지에의 정착은 문화가 개시한 일이라기보다는 유전자 돌연변이와 환경의 압력에 따른 결과였다.
- 설사 기후변화가 우리를 부추겼다 할지라도, 결정적 책임은 인류에게 있다.
- 지난 2처년 동안 주목할 만한 식물을 작물화하거나 동물을 가추고하한 사례가 없었다. 오늘날 우리의 마음이 수렵채집인 시대의 것이라면, 우리의 부엌은 고대 농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 한 종의 진화적 성공은 그 DNA의 복사본 개수로 측정된다. 만일 더 이상의 DNA 복사본이 남아 있지 않다면 그 종은 멸종한 것이다.
- 농경시대에는 공간이 축소되는 동안 시간은 확장되었다.
- 농업의 도래와 함께 비로소 인간의 마음 속 극장에서 미래에 대한 걱정은 주연배우가 되었다.
- 역사란 다른 모든 사람이 땅을 갈고 물을 운반하는 동안 극소수의 사람이 해온 무엇이다.
- 기원전 1776년 경의 함무라비 법전, 1776년의 미국 독립선언문이다. 이는 오늘날까지도 현대 미국인 수억 명의 협력 메뉴얼로 기능하고 있다.
- 우리 개인의 욕망은 상상의 질서의 가장 중요한 방어물이다.
- 상상의 질서를 빠져나갈 방법은 없다. 우리가 감옥 벽을 부수고 자유를 향해 달려간다 해도, 실상은 더 큰 감옥의 더 넓은 운동장을 향해 달려가는 것일 뿐이다.
-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것과 단지 사람들이 생물학적 신화를 통해 정당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양자를 구분하기 좋은 경험 법칙이 있는데, ‘자연은 가능하게 하고 문화는 금지한다’는 기준이다.
- 수백만 명이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게 해주는 인공적 본능을 창조했다. 이런 인공적 본능의 네트워크가 바로 ‘문화’다
- 만일 사람들에게 모순되는 신념과 가치를 품을 능력이 없었더라면, 인간의 문화 자체를 건설하고 유지하기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 최초로 등장한 보편적 질서는 경제적인 것, 즉 화폐 질서였다. 두 번째 보편적 질서는 정치적인 것, 즉 제국의 질서였다. 세번째 보편적 질서는 종교적인 것, 즉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같은 보편적 종교의 질서였다.
- 화폐가 발달하는 데는 기술적인 돌파구가 필요하지 않았다. 이 것은 순수한 정신적 혁명이었다.
- 화폐는 재화와 용역의 가치를 체계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끔 사람들이 기꺼이 사용하려고 하는 모든 것을 말한다.
- 따라서 화폐란 상호신뢰 시스템의 일종이지만, 그저 그런 상호신뢰 시스템이 아니라 인간이 고안한 것 중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효율적인 상호신뢰 시스템이다.
- 이런 신뢰를 창조한 것은 정치,사회, 경제적 관계의 매우 복잡하고 장기적인 네트워크다.
- 종교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믿으라고 요구하는 반면에, 돈은 다른 사람들이 뭔가를 믿는다는 사실을 믿으라고 요구한다.
- 철학자와 사상가와 예언자는 수천 년에 걸쳐 돈을 흉보면서 돈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매도했다. 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한편 돈은 인류가 지닌 관용성의 정점이다. 돈은 언어나 국법, 문화코드, 종교 신앙, 사회적 관습보다 더욱 마음이 열려있다.
- 인간이 창조한 신뢰 시스템 중 유일하게 거의 모든 문화적 간극을 메울 수 있다
- 돈은 두 가지 보편적 원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 보편적 전환성: 돈이 있으면 당신은 마치 연금술사처럼 땅을 충성심으로, 사법을 건강으로, 폭력을 지식으로 변환할 수 있다.
- 보편적 신뢰: 돈을 매개로 삼으면 임의이 두 사람은 어떤 프로젝트에도 협력할 수 있다.
- 돈은 지역 전통, 친밀한 관계, 인간의 가치를 부식시키고 이를 수요와 공급의 냉정한 법칙으로 대체한다.
- 농업혁명은 종교혁명을 동반한 것으로 보인다.
- 농업혁명이 미친 최초의 종교적 효과는 동식물을 영혼의 원탁에 앉은 동등한 존재에서 소유물로 끌어내린 것이다.
- 불교의 중심인물은 신이 아니라 인간, 고타마 싯타르타다.
- 불교에 대한 이야기들
- 마음은 무엇을 경험하든 대게 집착으로 반응하고 집착은 항상 불만을 낳는다. 마음은 뭔가 불쾌한 것을 겪으면 그것을 제거하려고 집착하고, 뭔가 즐거운 것을 경험하면 그 즐거움을 지속하고 배가하려고 집착한다.
- 고타마는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만일 즐거운 일이나 불쾌한 일을 경험했을 때 마음이 사물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다면, 거기에는 고통이 없다. 당신이 슬픔을 경험하되, 그것이 사라지기를 원하는 집착을 품지 않는다면, 당신은 계속 슬픔을 느끼겠지만 그로부터 고통을 당하지는 않는다.
- 번뇌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집착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데 있다는 것, 집착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실재를 있는 그대로 경험하도록 마음을 훈련시키는 데 있다는 것이다.
- 불교에서 번뇌의 근원은 고통이나 슬픔에 있지 않다. 심지어 덧없음에 있는 것도 아니다. 번뇌의 진정한 근원은 이처럼 순간적인 감정을 무의미하게 끝없이 추구하는데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항상 긴장하고, 동요하고, 불만족스러운 상태에 놓인다. 이런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우리 마음은 결코 만족하지 못하고, 기쁨을 느낄 때 조차 만족스럽지 않다. 기쁜 감정이 금방 사라져버릴 것이 두렵고, 이 감정이 이어져 더 강해지기를 갈망하기 때문이다.
- 사람들이 번뇌에서 벗어나는 길은 이런 저런 덧없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감정이 영원하지 않다는 속성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갈망을 멈추는 데 있다. 이것이 불교 명상의 목표이다.
- 그들은 자신과 자신의 감정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특정한 감정을 끈질기게 추구하는 행위는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함정이라는 사실도 모른다.
- 주된 질문은 사람들이 스스로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 사실 그 시대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 다시 말해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야 말로 그 시대를 가장 모르는 사람이다.
-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미래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이다. 우리의 현재 상황이 자연스러운 것도 필연적인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 과학은 무지를 기꺼이 인정하기, 현대 과학은 라틴어로 표현하면 이그노라무스, 우리는 모른다 에 기반을 두고 있다.
- 현대 과학에는 도그마가 없다. 하지만 연구기법에는 공통적인 핵심이 있는데, 늘 경험적 관찰들을 모은 뒤 수학적 도구의 도움을 받아 그것들을 하나로 결합하는 것이다.
- 진정한 시금석은 유용성이다. 우리에게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주는 이론이 지식이다.
- 과학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대부분의 인류문화는 진보를 믿지 않았다.
- 한마디로, 과학연구는 모종의 종교나 이데올로기와 제휴했을 때만 번성할 수 있다.
- 과학혁명과 현대 제국주의 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였다.
- 중국인과 페르시아인에게 부족했던 것은 증기기관 같은 기술적 발명이 아니었다. 이들에게 부족한 것은 서구에서 여러 세기에 걸쳐 형성되고 성숙한 가치, 신화, 사법기구, 사회정치적 구조였다.
- 근대 초기에 유럽은 어떤 잠재력을 개발했기에 근대 후반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을까? 이 질문에는 서로 보완적인 두 가지 답이 존재하는데, 바로 현대 과학과 자본주의다.
- 유럽 제국주의자들은 새 영토 뿐 아니라 새 지식을 획득한다는 희망을 안고 먼 곳의 해변을 향해 떠났다.
- 그러나 서구가 우월하다는 믿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저 새로운 형태로 변했을 뿐이다. 인종주의가 이제는 ‘문화주의’로 대체된 것이다.
- 은행- 그리고 경제 전체-을 살아남게 하고 꽃피게 만드는 것은 미래에 대한 우리의 신뢰다. 오로지 이 신뢰가 세계의 돈 대부분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 경제용어라 말하자면, 사람들은 부의 총량이 더 줄지는 않더라도 한정되어 있다고 믿었다.
- 진보는 우리가 스스로의 무지를 인정하고 연구에 자원을 투자한다면 나아질 수 있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
- 새로운 자본주의 교리에서 가장 신선항 제 1계율은 ‘생산에 따른 이윤은 생산 증대를 위해 재투자되어야 한다’ 이다.
- 가장 중요한 경제적 자원은 미래에 대한 믿음인데, 이 자원은 도둑들과 사기꾼들에 의해 끊임없이 위협당하고 있다.
- 산업화된 농업의 비극은 동물의 주관적 욕구는 무시하면서 객관적 욕구만 잘 챙긴다는 점이다.
- 상상의 공동체가 부상한 사례 중 가장 중요한 두가지가 국민과 소비 공동체 이다.
- 지난 2세기 동안 정치에서는 구세계를 파괴하고 그 자리에 더 나은것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 우리는 집단 전체보다 개인의 고통에 더욱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 진정한 평화는 단지 전쟁이 없는 것만이 아니다. 진정한 평화는 전쟁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말한다.
- 국경이 지구 전체를 아우르기 때문에, 세계 제국은 세계 평화를 효과적으로 강제한다.
- 우리는 지구 제국의 형성을 목격하고 있는 중이다. 이전의 제국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제국 역시 그 국경 내에서 평화를 강제한다.
- 대부분의 역사서는 위대한 사상가의 생각, 전사의 용맹, 성자의 자선, 예술가의 창의성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책들은 사회적 구조가 어떻게 짜이고 풀어지느냐에 대해서, 제국의 흥망에 대해서, 기술의 발견과 확산에 대해서 할 말이 많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개인들의 행복과 고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의 역사 이해헤 남아있는 가장 큰 공백이다. 우리는 이 공백을 채워나가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자연선택을 지적설계로 대체하는 일이 진행중일 수 있다. 그 방법은 세 가지 인데 첫째가 생명공학, 둘째가 사이보그공학 (사이보그는 유기물과 무기물을 하나로 결합시킨 존재다), 셋째가 비유기물공학이다.
- 현대는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인간이 기본적으로 평등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시대이며,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자랑스러워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역사상 유례없는 불평등을 창조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 우리는 새로운 특이점에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 세계의 의미를 부여했던 모든 개념- 나,너, 남자, 여자,사랑,미움- 이 완전히 무관해지는 지점말이다. 그 지점을 넘어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게 무엇이든 우리에게 아무 의미도 없다.
- 우리는 머지않아 스스로의 욕망 자체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마도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진정한 질문은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 일 것이다. 이 질문이 섬뜩하게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해 보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